연말이 되면 거리와 가정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가 익숙하게 바라보는 그 트리의 주인공이 한국 고유의 나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해외에서 ‘코리안 퍼(Korean Fir)’로 불리는 구상나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크리스마스트리, 정말 한국 나무일까
구상나무는 수형이 아름답고 잎이 촘촘해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상업적으로 활용되며 ‘한국이 가진 산림 유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상나무라는 이름은 제주 방언 ‘쿠살낭’에서 유래했다. ‘쿠살’은 성게, ‘낭’은 나무를 뜻하는데, 잎이 가지에 빽빽하게 달린 모습이 성게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영명 Korean Fir, 학명 Abies koreana에서도 이 나무의 고향이 분명히 드러난다.
■ 한국 고유종 구상나무의 서식지
구상나무는 한국에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주로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남부 지역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차고 습한 기후와 풍부한 적설량이 구상나무 생육의 핵심 조건이다.
■ 어떻게 세계적인 크리스마스트리가 됐나
구상나무는 20세기 초 외국 선교사와 식물학자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프랑스 선교사 타케와 포리가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채집했고, 이 표본은 영국 출신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에게 전달됐다. 이후 유럽과 북미에 소개되며, 크리스마스트리로 널리 사랑받게 됐다.
■ 크리스마스의 상징, 지금은 멸종위기
하지만 지금의 구상나무는 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기후변화로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적설량이 줄었고, 봄철 해빙수 감소로 토양 수분이 부족해져 구상나무 생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 구상나무를 지키기 위한 노력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구상나무 보전을 위해 유전자원 연구와 복원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에는 전국 각지에서 채집한 구상나무 종자가 영구 저장되고 있다.
보존 활동은 ▲유전자원 확보 ▲복원용 묘목 증식 ▲종자 채취 기준 개발 ▲자생지 환경 적응 연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현지외 보존원 조성 사업을 통해 **묘목 생존률 96%**라는 성과도 거두며 초기 정착에 성공했다.
■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지키는 일
매년 우리 곁에 찾아오는 크리스마스의 설렘 뒤에는, 조용히 사라질 위기에 놓인 나무의 이야기가 있다. 구상나무를 지키는 일은 단순한 식물 보존을 넘어, 한국 자연의 정체성과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화려한 장식 뒤에 숨은 구상나무의 위기를 기억하는 것, 그것이 진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지키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비즈데일리 유정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