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키다 19세의 나이에 산화한 한 젊은 병사가 74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바로 고(故) 양이한 일병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경북 포항 도음산 정상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양이한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 19세의 호국영웅, 74년 만에 돌아오다
양이한 일병은 1950년 7월 국군 제8사단 제10연대에 입대해 ‘포항 전투’에 참전했다가 장렬히 전사했다.
그는 경남 김해 출신으로, 1931년 태어나 일찍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전쟁터로 향했다. 당시 나이 고작 19세였다.
이번 신원확인은 2005년 3월 포항시 북구 흥해읍 도음산에서 발굴된 유해의 DNA를 고인의 딸 양종금(78) 씨의 유전자 시료와 대조한 결과로 확인됐다.
양 씨의 DNA 시료는 2021년 10월, 국유단 탐문관이 직접 자택을 방문해 채취한 것이었다.
국유단은 유가족 탐문과 전사자 병적부 분석, 지역 전사(戰史) 조사 등을 바탕으로 전국 각지에서 유전자 시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사례처럼 탐문팀의 집요한 노력 덕분에 현재까지 총 262명의 전사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 낙동강 전세를 뒤집은 ‘포항 전투’의 영웅
양이한 일병이 속한 제8사단 10연대는 1950년 9월, 포항 전투에서 북한군 제2군단(5·12사단)의 남하를 저지하며 낙동강 방어선 사수에 큰 역할을 했다.
이 전투는 국군이 전세를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양 일병은 이 치열한 격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
■ “아버지 얼굴도 모르지만… 돌아오셨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양 일병의 딸 양종금 씨는 “국유단이 시료를 채취하러 왔을 때도 반신반의했는데,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꿈만 같다”며 “어릴 적 기억도, 얼굴도 모르지만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5일 부산 기장군 자택에서 열린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에는 **조해학 국유단장 직무대리(육군 중령)**이 참석해 유해발굴 경과와 참전 과정을 설명하고, ‘호국의 얼 함(函)’과 신원확인 통지서, 유품을 전달했다.
■ “시간과의 싸움… 유가족의 DNA 기증 절실”
현재 국유단은 전국 각지에서 남은 전사자들의 신원 확인을 위해 유전자 시료 채취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6·25전사자의 친가·외가 8촌 이내 유가족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시료 제공을 통해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국유단 관계자는 “전쟁 세대의 고령화로 유가족을 찾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 평범한 청년이 나라를 지키다 이름 없이 스러졌지만, 70여 년이 지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고 양이한 일병의 귀환은 한 사람의 희생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지탱하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그의 넋이 이제야 고향의 품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비즈데일리 이성화 기자]













